원래 계획은, 물론, 운지도 완벽하게 외우고 음정도 맞추고 소리도 그럴 듯하게 내도록 연습을 한 후에 첫 레슨을 받는 것이었다. 물론, 계획은 계획일 뿐. 회사 일로 스트레스 받고 업무도 많고 기타 등등.... 핑계를 대자면 끝도 없기는 하지만, 어쨌든 높은 음의 운지마저 헷갈리는 상태로 첫 레슨을 받으러 가게 되었다.
조금 일찍와서 기다리면서 보니 개인레슨실도 많고 저녁시간임에도 연습하는 학생들도 많다. 캠퍼스가 별로 넓지도 않고 시내에 있는 학교라 공간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래도 연습실도 없어서 방황하는 아마추어 음악가들에게 꿈 같은 시설이다. 나도 학교 다닐 때 음대가서 수업이나 들을 껄... 이라는 생각이 약 1초간 들었지만, 내 실력에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을 듯하다. 뭐.. 교양으로 음악사 정도였다면 모를까..
하여간, 기다리던 선생님께서 오시고 레슨 시작. 공연하시는 모습도 보고, TV 출연하신 것도 보고, 문자로 여러 번 대화해서 마치 전에 만난 것처럼 느껴지는데다가 어찌나 친절하시고 예쁘신지! 악기 상태부터 봐 주셨다. 바로크 오보에가 모던 오보에 보다는 가볍긴 한데, 내 악기가 특히 가벼운 모양이다. 선생님 악기와 비교해 보니 무게 차이가 확실히 느껴진다. 악기가 건조해서 나중에 한번 기름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아.... 기름칠도 하는 구나.
이번엔 리드 점검. 리드 길이가 좀 짧은 것 같고 음정도 높은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리드에 내 악기에 맞게 실을 더 감아서 높이를 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모던 오보에에서는 나일론 실을 썼었는데, 그냥 면사에 초를 칠해서 감으면 된다고 하신다. 실에 칠해져 있는게 뭘까 궁금했는데, 그냥 양초 녹인 것이었다니. 여러가지 궁금증도 해소가 되고,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된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바로크 오보에는 입으로 조정을 해야 하는 것이 많다. 한 음에서 100가지의 소리가 날 수 있고, C라는 음을 불을 때 내가 생각하는 여러가지 중에서 어떤 C를 불어야 하는지를 미리 생각하고 그에 맞게 연습을 해야 한다고. 모던 오보에도 물론 어느 정도 음정과 음색이 입을 조절가능하지만 바로크오보에 만큼은 아닌 것 같다. 정말 많이 개량된 악기라고.
각 음을 불 때마다 입모양이 달라져야 하는데, 그 음에 맞는 입모양을 기억을 해와야 하는 것이 숙제. 리드를 입술로 너무 깨물지 않고.. "이"하지 말고 "오"하는 앙부셰를 연습하는 것도 숙제. 롱톤으로 한 음씩 연습할 것.
에뛰드와 팍시밀리로 된 두 권의 오보에 악보를 빌려 주셨다. 선생님이 유럽에서 공부할 때 쓰시던 책이 아닐까 싶다. 팍시밀리 악보가 보기 힘들어도 일단 익숙해지면 오히려 표시된 인쇄악보 보기가 오히려 힘들다고... 그 곡들을 제대로 불어 보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