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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바로크 오보에. 작년 가을에 구입하고 또 한참을 묵혀 두었다가 최근에 다시 꺼내어 불어 보고 있다. 


리코더로 유명한 Moeck사 제품. (Moeck에서 이제 더이상은 바로크 오보에를 만들지 않는다고..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바로크 목관악기 판매를 해왔으나, 아무래도 시장이 너무 좁다 보니 도저히 더이상 운영이 불가능했던 것 같다.)


악기설명:

Maracaibo Boxwood, oiled.

Jacob Denner (Nuremberg 1681-1735) copy

a=415 Hz.
Design by Harry A. Vas Dias, Decatur, Georgia, USA.


아주 가볍고 (로레 오보에 들다가 이 악기를 들면 너무 가벼워서 이상하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키는 2개가 붙어 있다.  한국-EU FTA 덕에 무관세로 들여왔다. 가격은 모던 오보에에 비하면 소위 '껌값' 수준.



요건 처음 도착했을 때의 사진. 이 사진을 보니 키 색깔이 정말 많이 변했다. 좀 닦아 주어야 할 듯... (뭘로 닦아야 반짝거리게 될까요?)



1년 이상을 묵혔다가 꺼냈더니 리드가 영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동안 별로 많이 불지도 않았는데;;; 일단 급한대로 미국에 어느 리드 깍는 아줌마에게 리드를 주문을 했는데, 이 분이 도무지 리드 만들어 보낼 생각을 안한다. 주문한 지 벌써 한 달도 훌쩍 넘어가는데....


그래서 결국 며칠 전 케인과 스테플을 독일에서 대량 구매. 여기도 좀 오래 걸리지 않을까 했는데, 기나긴 성탄절과 연말 휴가를 앞두고 이 독일가게에서는 광속으로 배송을 시작한 듯. 올해 안에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만드는 법을 전혀 모르는데... 과연 인터넷과 유튜브의 도움으로 리드를 깍을 수 있을 지.



아래 사진에서 추측할 수 있겠지만 바로크 오보에의 운지는 무척 단순하다. 리코더와 비슷한 느낌.


이 사진은 모던 오보에 - 2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 내 로레골드 - 와의 비교 샷.


모던 오보에는 키가 많고 더 무겁고 더 강한 압력으로 불어야 하기 때문에 언뜻 바로크 오보에 보다 훨씬 더 연주하기가 까다로울 것으로 보이지만, 바로크 오보에를 제대로 배워 보지 못한 나로서는 바로크 오보에야 말로 도무지 어떻게 불어야 할 지 모르겠는 악기인 것 같다. 더구나 그저 키를 누르면 한 옥타브 위의 음을 낼 수 있는 모던 오보에와는 달리 순전히 부는 방법을 달리하여 옥타브 위의 음을 내야 하는 바로크 오보에는 그야말로 연주자 자신의 목소리처럼 머리 속으로 음을 정확하게 생각하고 불어야만 정확한 음정을 낼 수 있는 악기인 듯 하다.



벨의 모양 비교.


리드 비교. 그냥 리드만 찍은 사진은 다음 기회에 올리기로 하고.... 일단 모던 오보에의 리드는 코르크로 스테플 위를 둘러 싸기 때문에 그야 말로 바람이 샐 틈이 없게 된다. 케인의 모양도 더 폭이 좁고 케인의 두께도 더 얇은 것이 보통이다. 리드의 길이 자체도 훨씬 짧다.


반면 바로크 오보에는 폭이 넓고, 스테플 위를 실로 감싸고 있다. (바순처럼... 그러나 간혹 코르크로 덮여 있는 스테플도 있긴 하다) 케인의 두께도 좀 있고, 힘을 더 받기 때문에 와이어도 더 굵은 것을 쓴다. 




아래 리드 케이스는 모던 오보에용. 하나만 빼놓고는 다 내가 묶고 깍은 것이긴 한데... 저 많은 리드 중 쓸만한 놈은 2-3개가 채 안되는 것 같다. 아직 깍지 않은 리드 두 개는 이번 주에 깍을 예정.



(뜬금 없이 바로크 오보에 이야기 하다가 모던 오보에 리드로 끝맺음을.....ㅡㅡ;; 시간이 나면 리드 메이킹에 관한 포스트도 하나 올릴 예정.)


바로크 오보에 연습은 리드가 도착하면 또는 바로크 오보에 리드를 하나 성공적으로 깍게 되면 본격적으로 시작할 생각이다. 운지도 어색하고 부는 방법도 여전히 아리송하지만, 한 줄기로 공간을 가로지르는 듯한 모던 오보에의 음색과는 다른, 고즈넉하고 부드럽고 때로는 익살스러운 바로크 오보에 연주를 언젠가는 비슷하게라도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Posted by 슈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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