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월에 우리 오케스트라에서 공연하기로 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라벨의 오케스트라 편곡). A6에서 쭉쭉 위로 올라간 3옥타브 음들과 들락나락 임시표에 익숙해 지지 않는 손가락 때문에 고생 중이기는 하지만 멋진 곡이긴 한 것 같다. 예전부터 이건 도대체 어떤 그림들로 만든 걸까 궁금하긴 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찾아 보고 나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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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람회의 그림. 어린 시절 피아노로 프롬나드를 배웠던 기억은 있지만 프롬나드와 키에프의 대문말고는 그다지 친근하지는 않은 곡이긴 한데요. 그래도 자꾸 해보니 아주 쬐끔씩 익숙해지는 것 같기는 합니다. 물론 갈 길이 구만리지만요 ㅋㅋ
각설하고... 아시는 바와 같이, 전람회의 그림은 무소르그스키가 친구였던 화가 빅토르 하르트만 Viktor Hartmann이 요절한 후에 열린 유작 전시회를 보고나서 바로 작곡한 곡이지요. 10개의 그림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로 담았는데, 지금까지 5개의 그림만이 알려져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최근 일본분들이이 곡에 사용된 그림일 가능성이 높은 나머지 그림을 추가로 찾아냈다고 하네요. NHK에서 그림을 찾는 여정이 방송이 되었고 관련 서적도 출간이 되었다네요. 그림과 자세한 설명은아래 링크 (제가 참고한 링크는 영문인데, 일어 잘하시는 분들은 일본어 사이트를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http://www.geocities.jp/tatsuyabanno/Bilderausstellung/Bilderausstellung-e.html
http://www.geocities.jp/tatsuyabanno/Bilderausstellung/Bilderausstellung.html
No. 1 "The Gnome" (Latin, Gnomus) 난장이
그림은 분실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만... 이 일본분들이 찾아낸 그림은 이렇습니다. 무시무시한 난장이같아 보이는데, 사실은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으로 사용하는 장난감을 데생한 것이라고 합니다. 호두까기 인형 같은 것이라고.
No. 2 "The Old Castle" (Italian, Ilvecchio castello): 옛 성
다음의 3그림이 가능성이 있다고 하네요. 음악을 들으시면서 어느 그림이 가장 음악과 맞을지 한번 상상을....
No.3 "Tuileries"(French, Tuileries: Dispute d'enfants apres jeux) 튈르리 궁전: 놀이 후에 싸우는 아이들
역시 찾지못하던 그림이었는데, 다음 그림들이 가능성 있다고 합니다. 작아서 잘 안보이지만요. 오리지날 노트에는 Tuileries, quarrel of children after play"라고 되어 있다고 하네요. 이 그림이 맞을까요?
No.4 "Cattle" (Polish, Bydło) 소달구지
"A Polish load cart with big wheels drawnby a cow"라고 설명이 되어 있는 소달구지죠. 역시 그림이 알려져있지 않았는데요. 아래 그림을 보시면 소달구지가 안보이네요. 해석에따르면.... 사실은 소달구지가 아니라 압정에 시달리는 폴란드민중을 그냥 소달구지로 은유한 것이라네요.아래 그림은 '폴란드에서의 반란'이라는 제목을달고 있다네요. (잘 보시면... 그림에 처형대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곡은 장송곡처럼 매우 슬프게 연주해야 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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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 정말 그냥 소달구지 그림이 떡하니 올라와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 그런 그림을 올려 놓은 설명자료들도 있음), 폴란드 민중을 은유한 것이라니... 조금 충격 받았다. 갑자기 음악이 다르게 들리기 시작. 우리 연주도 느리게 걷는 소 달각거리는 달구지가 아니라 슬픔과 분노의 느낌을 표현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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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5 "The Ballet of Unhatched Chicks in their Shells" Ballet des poussins dans leurs coques 껍질 붙은 병아리들의 발레
이 그림은처음부터 알려져 있던 5개의 그림 중 하나입니다. 발레복 디자인을 요청 받고 그린 데생이라고...
No.6 "Samuel Goldenberg and Schmuyle" (Samuel Goldenberg und Schmuyle)
이것도 역시 알려져 있던 그림들이구요. 별개의 두 장의 그림을 한 곡으로 묶은 것입니다. 무소르그스키는 핍박받는 유태인들에 대한 공감을 나타냈었다고 하는데요. 그림의 주인공들도 유대인들입니다. 한 명은 부자 그리고 한 명은 가난하죠. 둘을 하나의 음악에 담아서 말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이었을까요?
(곡에서 안단테 테마는 사무엘을, 안단티노의 제2주제는 쉬뮬(발음이 영;;)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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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도 제목에 별 신경을 쓰지 않고 들었었는데, 해설을 보고 나니 잉글리시 호른과 클라리넷이 표현하는 부유한 유대인 사무엘과 트럼펫이 표현하는 (도입부에 오보에가 있음) 쉬뮬 그리고 둘의 대립이 보이는 무척 재미있는 곡.
No.7 "The Market at Limoges (The Great News)" (French, Limoges, lemarche (La grande nouvelle)) 리모주의 시장
Limoges는 파리에서 400킬로미터 남쪽에 위치한 마을이라네요. 전시회에서는 약 70장의 Limoges 스케치가 들어 있었대요.그 중에"시장"을 그림은 없었나봐요. 그러나 여자 둘이 심하게 싸우는 모습이라는 무소르그스키님의 설명이 있었다니 아마도 두번째 줄 첫번째 그림이 비슷하지 않을까요
No.8 "Catacombs" (Latin, Catacombæ (Sepulcrum romanum) and Con mortuisin lingua mortua
카타콤, 지하묘지
이것도 알려진 그림이죠. 수채화라는데.... 정말 음울합니다. 빠리에 있는 지하묘지인데 밑에 랜턴을 들고 있는 것이 하르트만 본인이래요.
No.9 "The Hut on Fowl's Legs" Lacabane sur des pattes de poule 닭발 위의 오두막
아래 그림은시계인데요. 시계가 닭 다리가 달려 있고 뼈다귀로 울타리를 친 마녀 Baba Yoga의 오두막 모양을 하고 있다는 군요. 음악이 강렬해서 소비에트 시대에는 혁명에서의 민중의 힘으로 해석 되기도 했다는 군요.
No.10 "The Great Gate of Kiev" Lagrande porte de kiev
유명한 키에프의 대문입니다. 키에프는 우크라이나의 수도인데요. 11세기에 골든 게이트가 전승 기념으로 지어진 모양입니다. 이 그림은 1869년에 키에프 문 건축을 위한 공모전에서 우승한 그림인데 결국 건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모전은 1866년 4월 알렉산더 2세가 키에프에서 저격당할 뻔하였다가 살아난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서 기획된 것이라는데요. 아마도 저런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서 문을 세운다는 것이 좀... 그래서 취소된 듯 합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 대단한 그림들이길래 이런 음악이 나왔을까 궁금했는데, 다 찾아보고 나니 제가 그동안 상상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그림들이네요. 전반적으로 좀 우울하고 생각할 여지도 많이 주는 그림들입니다. 서유럽의 밝고 고급스러운 전람회까지는 아니어도 그 비슷한 분위기를 생각했다면 충격적이기까지 할 정도.
그림에 무지한 지라, 위 그림들의 예술적인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무소르그스키의 음악이 그림보다 훨씬 풍부한 느낌을 주는 것 같긴 합니다. 아마도 그림에 대한 감상에 일찍 간 친구 하르트만에 대한 애정이 더해지고 그림의 뒷 배경이 된 이야기까지 곁들여져서 이렇게 멋진 음악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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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적어 놓은 웹사이트 말미에는 차이콥스키 콩쿨에서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했던 Mikhail Ermolaev의 심사평이 인용되어 있다.
"Ermolaev tried to remove any kind of romanticism and of oily picturesqueness. He must have imagined a tragic fresco. Three pieces were most impressive. 'Bydlo' was played at a tempo of a funeral march. 'Sumuel Goldenberg und Shmuyle' was no longer descriptive. It indicated the strength, a battle of two intentions. 'Catacomb' was the climax of the whole suit (if the suit is tragic at all). He avoided sounds masked with fog. That was really great. Moussorgky must have wished that the piece should be interpreted like this".
그리도 다음은 연주자 Ermolaeve의 Bydlo에 대한 답변. "It looks very simple, but the accompanying part of this piece reminds me of the "funeral march" of Chopin whereas the melody part does of the tragic scene in the opera "Khovanchtchina". It is too mysterious to describe a cow with a cart because it is unknown why the title is 'Bydlo' and why it sounds so tragic.
어릴 적에 전람회의 그림이라는 제목을 보고 즐겁고 밝은 곡일 것이라고 짐작했었고 첫 프롬나드도 웅장하지만 우울하지는 않아서 아마도 뒤에는 밝은 내용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생각보다 곡이 우울하고 어려워서 음... 뭐지 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 그림들을 보고 나서 악보를 보니... 이건 전람회의 그림을 그린 대표적인 표제음악... 이라고 생각했던 곡이 마치 절친한 친구의 죽음에 바치는 장송곡같은 느낌으로 확 바뀐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