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잔뜩있어요^^; 뭐 많이들 보셨으니 크게 관계는 없을지도...)
아바타에 대한 상반된 관람평.
작년 말에 지윤이가 친구들과 아바타를 보고 왔는데, 너무 재미가 없어서 화장실을 두 번이나 왔다갔다 했다고 했었다. 그 말에 확실히 여자 아이들이 싫어하는 SF액션 전쟁 영화인가 보다라고 막연히 추측을 했었다. 그런데 아바타가 무슨 영화인지는 별로 관심이 없어도 조금씩 알게 되었는데, 엄청날 정도의 흥행성적 때문에 주위에 본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언론에서 보수파들이 아바타를 "좌빨"영화라고 한다는 둥의 이야기가 실리기 시작하니까 슬슬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단 "볼거리"는 확실하다고 하니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도윤이를 데리고 조조를 예약했다. 갑자기 예약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3D 표는 구하지 못했지만...
도입.
해병대출신의 퇴역 상이군인이 주인공. 일단 군인은 체질적으로 안 맞는데... 그런데 그 군인이 판도라 행성에 도착한 신삥에게 무시무시한 협박을 하고 있는 퀴리치 대령을 보고 씨익 비웃는다. 오호... 역시 듣던대로인 모양이다.
그리고 등장한 나비 족.
영어로 Na'vi이긴 한데 한글을 아는 사람이 지은 이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그들이 매우... 아주 많이... 고양이를 닮았기 때문이다. 노란색의 크고 둥근 눈은 주변의 명암이나 자신의 감정에 따라 홍채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기도 하고, 적이 나타나거나 못마땅할 때는 '하악질'이 작렬이다. 꼬리는 고양이처럼 그 사람의 감정을 나타내는 듯 움직이고 좁은 나뭇가지 위에서도 뛰어난 균형감감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다. 매우 민첩한 고양이과 동물처럼.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눈에 나비족이 고양이를 모델로 만들어졌다라는 추측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여주인공인 네이티리는 특히 더....
판도라.
이건 확실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를 연상시킨다. 떠있는 섬. 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것과 카메룬의 CG 둘 중에서 묘사된 모습만 보자면 CG의 승리다. 아마 3D로 보면 더 멋지겠지. 그렇지만 아이디어의 원조는 지브리일지도... 아니면 걸리버 여행기...?
판도라의 생명체는 반짝거린다. 판도라에 묻힌 광석의 영향인지 네트워크처럼 광섬유 같은 것으로 연결된 이 별의 생명체들은 모두 빛이 난다. 묘하게도 밤에 빛나는 그것들의 모습도 지브리 애니메이션들을 떠올리게 했다. 예를 들면... 좀 뜬금없지만... 반딧불의 묘 같은...;
나비족 전사들이 타는 커다란 새, 이크란.
이크란과 나비족 전사와의 관계는 퍼언연대기의 드래곤과 드래곤라이더의 관계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크란은 단 한명의 주인만을 태우고 날아가는 데에다 그 이크란을 타려면 목숨을 걸고 다가가 교감을 해야만 한다는 점은 아무래도 퍼언연대기 삘이 난다. 사실 생각해 보면 지구에서 떨어진 행성에 지구인들 떼거지로 몰려간다는 상황 자체가 퍼언연대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저 우연히 비슷한 설정들이 사용된 것일 수도 있고 카메룬이 동서양의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에서 모티브를 얻고 아이디어를 얻어서 영화를 만들었거나... 사실 별 관심은 없는데, 어쨌거나 확실하게 재미있는 것들을 잔뜩모아 볼 거리들을 많이 만들었다는 것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했던 것들을 보는 것, 다르게 보았던 것을 또 다른 스케일로 또 보는 것... 재미있는 일이다.
스토리.
이 영화의 가장 취약점인 듯하다. 일단 스토리는 중세시대 영화인 "늑대와 춤을"과 거의 유사하다. 씩씩하고 꿋꿋한 "주먹쥐고 일어서"양은 여기서 고양이를 닮은 네이티리양으로 환생을 한 것인가. 하여간...; 비단 늑대와춤을 뿐만 아니라 이런 스토리의 영화는 아주 많으니까... 이 영화에서 스토리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제이크 설리가 또 다른 "파워오브원"이 되어가는 장면은 정말 식상하긴 했다. 그렇게 만들어야 미국에서 흥행이 되나보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ㅡㅡ;
그런데... 그는 다리가 고장난 인간의 몸을 버리고 확실히 우월해 보이는 나비족의 몸으로 완전히 이주하는 걸 보면서.... 당초에 그가 다리를 얻기 위해서 대령의 명령을 받아들였던 것을 생각한다면, 제이크 설리는 어찌되었건 목적을 이룬 셈이다. 덤으로 사랑도 얻고. 명예도 얻고.
동양적 또는 인디안적 자연관.
요즈음 미국 영화에서 동양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동경은 드문 일은 아니다. "에너지의 순환"이라던가 "자연을 잠시 빌려쓰고 돌려 주는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는 그다지 생소한 것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토건시대를 살고 있는 나에게는 듣기 나쁘진 않은 이야기들이었다. 음.... 뭐 틀린 말도 아니고 말이다.
하여간... 영화는 재미있었다. 그것도 매우 재미있었다.
판도라의 아름다운 숲과 홈트리가 무너질 때, 힘없는 나비족들이 네이팜탄 등등 흉흉한 무기들로 망가져 갈 때는 의도한 대로 슬프고... 에이와가 제이크설리의 기도를 들었는지 아니면 판도라 네트워크에 접속한 또다른 거주민들인 행성의 거대동물들이 반격을 하여 침입자 인간들을 물리칠 때는 역시 의도한 대로 감동도 받았다. 판도라의 기기묘묘한 식물과 동물들의 모습을 3D로 다시 꼭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모두다 예상대로였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