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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긴 한데... 아직 못 가봤다. 아마도 못 가볼 것 같다.

호주의 National Gallery 웹사이트에는 카쉬의 작품이 몇 점 실려 있는데, 그 중에 파블로 카잘스의 사진도 있다.

Yousuf KARSH, Pablo Casals

1954년 작품. 사진을 찍은 카쉬의 감상....

‘I decided to photograph the master of the ’cello from the back, in a partially restored abbey in Prades … lost in his music. For me, the bare room conveys the loneliness of the artist, at the pinnacle of his art, and also the loneliness of exile.’ (Karsh)

카쉬는 누구도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적이 없다고 하는데, 카잘스의 경우는 그것이 맞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사진은 카잘스가 망명지인 프라드의 한 성당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찍은 것인데, 파시즘정권에 항거하여 떠나온 고향을 그리며 단호한 모습으로 뒤돌아 앉아 (내 추측이지만 아마도 바흐를) 연주하는 노 첼리스트의 뒷모습에서 외로움과 경건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 얽힌 유명한 일화 - 보스턴에서 전시되고 있을때 어느 노신사가 매일 찾아와 한참을 그림 앞에 서 있다가 가곤 했단다. 호기심을 느낀 큐레이터가 왜 늘 거기 서있냐고 질문하자, 그 신사는 "쉿. 조용히 하게. 지금 내가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제 조용히 음악을 들어 보자...

Posted by 슈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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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
앨버트 칸 (Albert E.Kahn) 지음, 김병화 옮김, 파블로 카잘스 구술, 한길아트

80-90년대에 한 번 국내에서 출간되었다가 절판되었던 책이 2003년 한길아트에서 다시 나왔다. 책값은 당연히 비싸졌고.... 예전에 나왔던 책을 읽어 보진 못했지만, 그 책이 인용되어 있는 글들을 간혹 보면, 당시의 번역보다는 현재 이 책의 번역이 더 부드럽고 실제로 카잘스가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별다른 기대없이 일반적인 음악가들의 자서전 또는 전기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책은 마치 잠언을 읽는 것처럼 구절구절 메모하고 기억하고 싶은 카잘스의 명언들로 가득 차 있었다. 1969년 정도에 앨버트 칸이 카잘스를 인터뷰했던 글을 바탕으로 쓰여져 있기는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기까지의 일들이 시대순으로 기록이 되어 있다. 아무래도 좀 더 최근의 일들과 최근의 그의 생각들 - 2차대전과 그 후의 활동들 - 이 더 많이 반영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책의 내용이 모두 카잘스의 구술이라면, 그의 기억력은 아흔세살이라는 나이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생생하다.

그는 긴 삶을 살았지만, 그의 삶은 다른 음악가들과는 다르게 음악 이외의 것들과도 많이 얽혀 있었다. 그가 에스파냐의 카턀루냐 출신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가 20세기 초를 살아야 했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따뜻한 마음과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용기있는 삶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러했었다. 단지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에 대한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는 카탈루냐의 한 꼬마였던 카잘스는.... 처음에는 첼로로 사람들을 감동시켰지만, 훗날에는 그가 보여준 신념과 의지로 조국의 동포들에게 힘이 되고, 유럽과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거인이 된다.

참혹했던 에스파냐 내전과 2차대전이 없었다면, 그의 인생은 평탄한 음악가의 길이 되었을 지도 모르고, 그는 고향을 죽을 때까지 돌아가 보지 못하는 운명이 되지 않았을런지도 모르지만, 그랬기 때문에... 지금 21세기에도, 또 훗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신념을 기억하고 그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명확하게 보이는 것을 가끔씩 잊고 산다. 어떠한 이념이나 생각이 옳다고 믿게 되었을 때에는 그것이 바로 우리의 형제들과 친구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우리는 왜 그러했는지를 잊고 결과만을 받아 들이곤 한다. 또 어쩌면 애써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면서 조금 더 안락한 삶을 살고 싶어 하기도 한다.

죽기 불과 몇 달전까지 연주회를 가졌던 첼리스트. 매일 아침, 바흐로 온 집안을 축복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던 경건한 사람. 사람들을 좋아했던 다정다감한 연주자. 그리고 전쟁들 속에서 살아 오면서 더욱 간절히 평화를 바라게 되었던 휴머니스트.

한 세기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노첼리스트, 카잘스는 책에서 강한 어조로 세상에 이야기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들 하나하나가 놀랍고 유일한 기적과도 같은 존재임을 알려 주어야 하고, 모든 다른 사람도 다 똑같은 기적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그래서 똑같은 기적인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고 서로서로를 소중히 여기도록 하자고. 그래서 이 세상을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것으로 만들도록 노력하자고....
Posted by 슈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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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느끼는 감동은 완벽한 연주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정말 빈틈없는 연주이지만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경우도 있고, 간혹 실수도 있지만 눈물나게 아름다운 경우도 있다. 악기의 소리보다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더 많이 들리는 음반에서도 가슴아픈 감동이 전해져 오는 경우도 있고, 깔끔하고 세련된 자켓과 흠 하나 없는 녹음에서도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Marshall C. St. John이 모아 놓은 카잘스에 대한
스크랩북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발견했다.

It is not technique on a particular instrument that makes a man or woman a great musician, but love of music and people. In Casal's old age his technique slipped quite a bit, and even in his prime he probably did not have the technical abilities of Starker, Rostropovich or Ma. But he played his music from a heart full of love, dignity and respect. He truly cared about people, and freedom and justice; and so he moved those who heard him, and he had a great impact on the musical world, and the world at large. Students hoping to be professional artists should give time to developing their souls and minds, and humanity, along with their fingers and bow arms.

음악은, 분석을 하기에도, 공부를 하기에도 좋은 소재이고, 역사와 뒷배경을 알아 보는 것도 모두 모두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가슴 떨리는 감동은 정말 알 수 없는 곳에서 오곤 한다. 음표들은 연주자의 머리로, 가슴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악기를 통하여 나의 머리로 그리고 가슴으로 들어 온다. 그리고 모두가 다른 음악이 되는 것이다....

아무런 기교도, 화려한 무대도 없이 깨끗하지도 않은 음질의 CD에서 들려지는 카잘스의 바흐가 그토록 따뜻하고 감동적일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일까. 
Posted by 슈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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