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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13 [책] 셀프
  2. 2008.08.08 [책] 파이 이야기 2

[책] 셀프

끄적끄적/읽기 2008. 8. 13. 14:34


파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 얀 마텔이라는 작가에 관심이 생겨서 읽은 책이다. 이 책도 책장에 꽂혀 있으니 한참이나 된 책인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주인공이 하룻밤만에 남자에서 여자로 성별이 바뀌게 된다는 이야기에 혹하여 구입을 했던 것 같다. 워낙 만화스러운 판타지류를 재미있어하는 철없는 어른이라...;;;

얀 마텔의 세심한 묘사와 뛰어난 문장력, 그리고 문학적인 상상력은, 읽다가 깜짝깜짝 놀랄만큼 훌륭하다. 파이이야기에서도 보여 주었던 천진난만하면서도 순수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가 이 소설에서도 보여 지는데, 특히 주인공의 어린 시절에 대한 묘사는 매우 유쾌하다. 얀 마텔의 첫번째 장편소설로, 파이이야기의 전작인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듯 느껴진다. 많은 소설가들이 첫 소설에 자전적인 내용을 넣는다는데, 그도 그런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이 소설의 중반이후, 주인공이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화자는 내가 보기에는 분명한 "남자"이다. 그가 "여자"인 동안에도 화자가 "남자"로 보이는 것은 얀 마텔이 남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끝도 없이 나오는 성적인 묘사들은 소설에 몰입하는데 상당한 방해가 되고 말았다. 과연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을까. 남성,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을 심도있게 다루고 싶었던 작가의 생각은, 적어도 나와 같은 독자에게는 그러한 묘사들로 인해 오히려 잘 전달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흥미롭다. 지루한 묘사들을 조금 건너뛰면, 초조하고 불안하고, 유치하지만 순수하며, 진심으로 자신이 바라는 삶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품고 있는 진지한 젊은이의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행복한 유아기에서 조금씩 세상에 노출되어가는 10대로 그리고 혼란의 20대를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세상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이 소설은 지구 반대편에서도 보편성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나저나... 얀 마텔은 어느 인터뷰에서 "셀프"가 본인이 원한 방향으로 세상에 받아 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는데... 아마도 그것은 이 소설이 본인이 원한 대로 쓰여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Posted by 슈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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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 공경희| 작가정신| 2004.11.15 | 400p | ISBN : 8972882437

캐나다 작가인 얀 마텔이 쓴 베스트셀러. 태평양에서 조난당한 한 인도소년의 모험을 그린 소설이다. 언제 책을 샀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책장을 보니 이 책이 번역판과 영문판, 두 권이나 꽂혀 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샀었는지도 물론 기억이 나지 않는데.... 사놓고 읽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주인공이 "인도"소년이고... 태평양 한 가운데서 조난을 당하는 내용은 내가 좋아하는 스토리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던 듯 하다. (그럼 대체 왜 책을 사놓은 거지??)

그러나, 일단 손에 들고 읽기 시작하자 과연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얀 마텔의 글은 21세기를 살아 가고 있는 동시대 작가의 글답게 매우 친근하게 느껴졌고, 내가 생각하는 "인도"라는 나라와는 달리, 소설 속의 70년대의 인도는, 비슷한 시기의 한국이나, 또는 캐나다나 별로 다르지 않은 장소였다. 매우 종교적인 사람들이 많은 나라로 알고 있었고 힌두교신자들만으로 가득한 나라로 생각했지만, 파이의 가족들은 무신론자들이고 매우 현실적인 사람들이었고, 파이는 인도에서 힌두교 이외에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접하며 신을 사랑하는 소년으로 성장한다.

정치적인 상황때문에 인도를 떠나 낯선 미지의 나라 캐나다로 향하는 파이의 가족들 모습도 70-80년대 한국을 떠나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배가 조난을 당하기까지의 이야기에는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동물들과 같이 바다 위에 버려진 파이가 어떻게 행동을 하게 되는지와 연결이 되는 고리들이 가득 들어 있다. 신을 사랑하고 동물을 다루는 법을 익힌 소년 파이는 소설의 중반부 이후 펼쳐질 바다 위의 모험의 주인공이 되기에 딱 맞는 인물인 것이다.

리처드 파커.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파이와 같이 태평양을 건너는 벵골호랑이.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소년이 타고 있는 보트의 생태계에서 자연스럽게 가장 위의 포식자의 자리를 차지할 거대한 호랑이다. 그러나 파이는 운좋게 리처드 파커를 길들일 수 있게 되고... 소년과 호랑이는 수없이 많은 날들을 바다 위에서 보내면서 공생의 관계가 된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게 되는 과정이 놀랍기 그지 없다.

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영리하고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소년. 그리고 무엇보다 신 - 자연과 동물들을 사랑하는 소년의 순수함은 그가 끝내 구원받게 되는 원동력이다. 그는 보트 위의 호랑이를 길들이는 방법을 깨닫게 되고, 보트 밑의 바다 속 생물들을 이용하여 생존을 해 나간다. 파이의 모험의 막바지에 만나게 되는 식충해초섬의 이야기는 그의 순수함이 불의와 타협하는 것을 용납치 않고 다시 풍랑이 이는 바다로 돌아가게 - 리처드 파커까지 데리고 - 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다른 이야기. 멕시코의 병원에서 파이는 침몰한 침춤호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려 주게 되는데, 파이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는 일본인들에게 파이는 지금까지의 이야기와는 다른 버전의 조난 이야기를 들려 준다. 동물은 단 한 마리도 등장하지 않는 보트 위의 이야기는 동물들이 등장했던 이야기와 다름없이 끔찍한 이야기이다. 어느 이야기가 사실이었을까? 이 이야기에서 파이는 바로 리처드 파커이다. 파이는 호랑이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이야기가 사실이건 두 이야기는 동일한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휴가 가기 전부터 읽기 시작하여 휴가지에서 다 읽었는데, 숲 속에서 태평양의 동물들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 꽤 괜찮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바다 구경을 갔는데, 해안에 정박해 놓은 보트들을 보니.... 정말 크기가 작더라. 아마도 파이 이야기에 나오는 구명보트의 크기가 비슷한 크기일 듯 한데, 실제 보트들의 크기를 보니 보트에 탄 동물들이 얼마나 절박했을지... 파이가 리처드 파커가 있는 배에서 어떻게 같이 생활할 수 있었을지... 이야기가 마구 실감나는 느낌이었다.

일러스트판의 파이 이야기도 나온 모양인데, 나중에 서점에 가서 그림을 살펴보아야겠다. 영화도 찍는 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Posted by 슈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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