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아침 일찍 출근을 한데다가 몸도 별로 좋지 않아서 저녁 공연 시간까지 버틸 수 있을 지 걱정이 많이 되었었다. 엘지아트센터에 도착한 시간은 공연 30분 전. 자리에 앉고 보니 생각보다 좌석이 너무 앞쪽이다. 피아노를 올려다봐야 할 것 같았다.
휴이트는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반짝이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다. 생각보다는 더 젊어 보였다. 그녀는 악보도 없이 연주를 시작했다. 1권의 C major prelude는 아주 고요하고 너무나 부드럽게 시작되었다.

(출처: LG아트센터)
페달을 매우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춤추는 듯한 바흐를 연주하던 휴이트는 스스로도 노래하는 듯한 표정과 입모양새를 보여 주면서 연주했다. 가끔 황홀경에 빠진 굴드를 연상시키는 손동작과 표정도 보여 주면서... 파지올리는 아주 명료하고 신선한 울림을 들려 주었는데, 휴이트의 연주 스타일인지 피아노가 다르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녀의 연주 녹음 음반은 10년전의 녹음이기도 하지만 스타인웨이로 녹음된 것이었는데, 연주회에서 들려 오는 그녀의 스타일은 그 음반과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었다. 물론 실제 눈앞에서의 연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겠지만, 콘서트홀에서의 그녀의 바흐는 더욱 생동감이 있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매 곡의 마지막 종지. 음의 여운을 주려는 듯 길게 음을 눌렀다가 "여기까지야"라고 말하는 듯한 동작으로 확실하게 손을 건반에서 떼고는 했는데, 손가락이 건반에서 떨어질 때까지 매우 균일한 음색으로 음이 지속되어서 마치 오르간의 소리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첫 날의 연주회는 2시간 반을 넘어서야 끝났다.
싸인회가 있었지만, 너무 피곤하여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휴이트는 첫날 연주의 감상을 그녀의 홈페이지에 써놓았는데, 서른 살도 안되어 보이는 젊은 관객들이 너무나 많아서 놀랐다는 내용 등 한국 관객들의 젊음과 열정이 꽤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옆의 사진은 그녀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두번째 공연... 일요일. 아침에 성묘를 갔다가 서둘러 서울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차가 밀려서 늦을까봐 상당히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정체구간을 빨리 지나올 수 있어서 공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금요일 공연보다는 빈자리가 조금 더 많았던 듯...
휴이트는 진한 파랑색 원피스를 입고 무대로 나왔다. (아래 사진의 드레스. 서울 공연의 사진은 아니지만 같은 옷인 것 같아서 휴이트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자리는 첫 날 연주회보다는 약간 뒤쪽이지만 휴이트의 손가락, 그녀의 모습과 피아노까지 너무나 잘 보이는 정말 좋은 자리였다.
사실 평균율클라비어곡집 2권의 악보를 가져와서 보고 싶었으나 커다란 악보를 넘기면서 보는 것도 그렇고 해서 그냥 왔는데, 내 옆의 아가씨는 악보를 가져와서 보면서 연주를 감상하고 있었다. 사실 평균율 전곡 연주회라는 것이 보통의 음악회와는 성격이 많이 다를 수 밖에 없으니까, 악보를 가져와서 "공부"를 하면서 듣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악보를 보면 바흐가 보일지는 몰라도 휴이트가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휴이트의 평균율 연주에서는 바흐가 바흐처럼 들렸다가, 19세기의 음악처럼 들렸다가, 때로는 20세기초의 음악같이 들리기도 했었다. 그녀의 바흐는 독특하고 매우 아름다운 음색을 가지고 있었고 부드러운 레가토들이 이어졌지만, 아티큘레이션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녀는 바흐를 "노래"하고 있었고, 그녀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지만 속으로 그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던 것 같다.
음악 이외에도... 2권의 후반부까지 이어지는 그녀의 집중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곡을 악보를 보면서 연주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암보로 그 긴 시간을 연주하다니... 사실 가만히 앉아 듣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연주자의 싸인을 받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보통은 싸인회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은 잘 하지 않지만, 2권의 연주가 모두 끝나자 나는 이번만큼은, 이런 연주를 한 휴이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또 나 스스로도 두 번에 걸쳐 평균율 클라비어 전곡을 들었다는 흔적 (또는 증거^^)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씨디의 해설지에 그녀의 싸인을 받으면서 "멋진 음악 고맙습니다"라고 말을 건넸더니, 그녀는 고맙다며 연주자인지 애호가인지를 묻더라. 내가 캐주얼한 옷차림이어서 (그리고 서양인들은 종종 조그만 동양여자의 나이를 오해하기 때문에..) 혹시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나 보다.
덧글) 그 이틀간의 연주를 들으면서 사실 나도 휴이트가 한국 관객들을 보고 느낀 점을 같이 느꼈었다.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닌 평균율 전곡을, 무슨 생각으로 저토록 진지하게 듣고 그토록 환호하는 걸까... 그것도 저렇게 젊은 사람들이, 따뜻한 봄날, 그것도 일요일 오후에 말이다. 전국의 피아노 전공학생들이 다 온 것도 아닐텐데... 신기하기도 하고... 그냥 모두... 나같은 사람들인가?
휴이트는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반짝이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다. 생각보다는 더 젊어 보였다. 그녀는 악보도 없이 연주를 시작했다. 1권의 C major prelude는 아주 고요하고 너무나 부드럽게 시작되었다.

(출처: LG아트센터)
페달을 매우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춤추는 듯한 바흐를 연주하던 휴이트는 스스로도 노래하는 듯한 표정과 입모양새를 보여 주면서 연주했다. 가끔 황홀경에 빠진 굴드를 연상시키는 손동작과 표정도 보여 주면서... 파지올리는 아주 명료하고 신선한 울림을 들려 주었는데, 휴이트의 연주 스타일인지 피아노가 다르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녀의 연주 녹음 음반은 10년전의 녹음이기도 하지만 스타인웨이로 녹음된 것이었는데, 연주회에서 들려 오는 그녀의 스타일은 그 음반과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었다. 물론 실제 눈앞에서의 연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겠지만, 콘서트홀에서의 그녀의 바흐는 더욱 생동감이 있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매 곡의 마지막 종지. 음의 여운을 주려는 듯 길게 음을 눌렀다가 "여기까지야"라고 말하는 듯한 동작으로 확실하게 손을 건반에서 떼고는 했는데, 손가락이 건반에서 떨어질 때까지 매우 균일한 음색으로 음이 지속되어서 마치 오르간의 소리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첫 날의 연주회는 2시간 반을 넘어서야 끝났다.

두번째 공연... 일요일. 아침에 성묘를 갔다가 서둘러 서울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차가 밀려서 늦을까봐 상당히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정체구간을 빨리 지나올 수 있어서 공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금요일 공연보다는 빈자리가 조금 더 많았던 듯...
휴이트는 진한 파랑색 원피스를 입고 무대로 나왔다. (아래 사진의 드레스. 서울 공연의 사진은 아니지만 같은 옷인 것 같아서 휴이트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자리는 첫 날 연주회보다는 약간 뒤쪽이지만 휴이트의 손가락, 그녀의 모습과 피아노까지 너무나 잘 보이는 정말 좋은 자리였다.

사실 평균율클라비어곡집 2권의 악보를 가져와서 보고 싶었으나 커다란 악보를 넘기면서 보는 것도 그렇고 해서 그냥 왔는데, 내 옆의 아가씨는 악보를 가져와서 보면서 연주를 감상하고 있었다. 사실 평균율 전곡 연주회라는 것이 보통의 음악회와는 성격이 많이 다를 수 밖에 없으니까, 악보를 가져와서 "공부"를 하면서 듣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악보를 보면 바흐가 보일지는 몰라도 휴이트가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휴이트의 평균율 연주에서는 바흐가 바흐처럼 들렸다가, 19세기의 음악처럼 들렸다가, 때로는 20세기초의 음악같이 들리기도 했었다. 그녀의 바흐는 독특하고 매우 아름다운 음색을 가지고 있었고 부드러운 레가토들이 이어졌지만, 아티큘레이션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녀는 바흐를 "노래"하고 있었고, 그녀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지만 속으로 그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던 것 같다.
음악 이외에도... 2권의 후반부까지 이어지는 그녀의 집중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곡을 악보를 보면서 연주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암보로 그 긴 시간을 연주하다니... 사실 가만히 앉아 듣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연주자의 싸인을 받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보통은 싸인회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은 잘 하지 않지만, 2권의 연주가 모두 끝나자 나는 이번만큼은, 이런 연주를 한 휴이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또 나 스스로도 두 번에 걸쳐 평균율 클라비어 전곡을 들었다는 흔적 (또는 증거^^)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씨디의 해설지에 그녀의 싸인을 받으면서 "멋진 음악 고맙습니다"라고 말을 건넸더니, 그녀는 고맙다며 연주자인지 애호가인지를 묻더라. 내가 캐주얼한 옷차림이어서 (그리고 서양인들은 종종 조그만 동양여자의 나이를 오해하기 때문에..) 혹시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나 보다.
덧글) 그 이틀간의 연주를 들으면서 사실 나도 휴이트가 한국 관객들을 보고 느낀 점을 같이 느꼈었다.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닌 평균율 전곡을, 무슨 생각으로 저토록 진지하게 듣고 그토록 환호하는 걸까... 그것도 저렇게 젊은 사람들이, 따뜻한 봄날, 그것도 일요일 오후에 말이다. 전국의 피아노 전공학생들이 다 온 것도 아닐텐데... 신기하기도 하고... 그냥 모두... 나같은 사람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