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식구들과 같이 제주도에 다녀왔다. 3박4일이긴 한데, 늦게 예약을 한 탓에 비행기시간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첫날은 늦게 도착하고, 마지막날은 아침 일찍 출발해서... 실제로는 2일 밖에 안되는 시간이었다.
12명이나 되는 식구들이 다니는데다가 시간도 짧고 어린 아이들도 있어서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시댁식구들 모두와 같이 다녀왔다는데에 의의를 두어야 할 듯...
첫날 도착해서 묶은 펜션. 예약이 워낙 늦어서 호텔이나 콘도는 잡을 수도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펜션들 시설이나 경관이 꽤 괜찮은 듯 했다. 첫날 묶었던 곳은 제주시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는데,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통나무집이었다.
펜션 마다 대형견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첫날 만난 애들은 중국에서 온 챠우챠우종이라고. 날도 더운데, 긴털에 좁은 우리에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저녁은 싱싱한 회. 제주산 해물이 맛난 곳이었는데, 먹느라 바빠서 사진은 거의 못 찍었다.
펜션에서 키우는 병아리.
이튿날엔 한림공원에 들러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쌍용굴과 협재굴도 구경. 그렇게 더운 날씨에도 굴 속은 시원하다 못해 춥기까지 하더라. 종일 굴에서 놀고 싶었다.ㅠㅠ
아래는 한림공원에 있던 거북이. 꽤 많은 파충류, 조류 동물들이 있었는데, 충분한 서식공간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보여서 역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여긴 본격적인 동물원은 아니지만, 이런 곳까지 포함해서 모든 "동물원"이라는 곳에 대해서 요즘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있는 중....;
오후에는 두번째 숙소로 이동하고, 아이들을 위해 해수욕장엘 갔다. 정말 너무 더워서... 어딜 돌아다니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저녁은 흑돼지를 먹으러 간다기에.... 나는 펜션에 남아서 수영복 빨래를 했다;;; 포유류와 조류는 안먹기로 했으니까. (그런데, 그래서인지 요즘 너무 많은 어류와 연체동물, 갑각류 등을 먹어치우고 있는 듯...;; ㅠㅠ)
다음날은 마라도행. 회사에 좀 급하게 돌아가는 일이 생겨서 제주에 노트북을 챙겨왔으나, 랜선이 없는 데다가 공항 이외에는 와이파이가 되는 곳도 없어서 아이폰으로 회사 이메일을 계속 확인하고 있었는데... 마라도에 가는 길에 또 전화가 와서 긴급미팅이 잡혔으니 콜인하라고 한다;; 마라도 가는 배편에서 멀미에 복통에 시달리다가 간신히 섬에 도착해서는 선착장에서 30분간 전화로 미팅에 들어가야 했다. ㅠㅠ
제주도의 바다색은 신기하다. 짙은 남색이다가 보라색이다가 어느 곳은 쪽빛이기도 하다. 정말 파란 하늘에 솜사탕같은 흰구름에 그 오묘한 바다를 바라 보면서... 짜장면집이 모여있는 마라도 시내(?)를 바라보며 그렇게 전화만 하다가;;; 다시 배를 타고 제주로 나왔다.
식구들은 차를 타고 마라도를 한바퀴 돌았는데... 뭐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던 듯..?
배타는 곳에서...
사진기를 안챙겨서... 아이폰으로 대충 찍은 사진들이다. ㅎ
요건 다시 제주로 돌아왔을때 찍은 해안의 돌들. 현무암인데 파도에 닳아서 동글동글해 졌다. 검은 현무암이 동글동글해져서 바닷물에 적셔진 모습이 귀여웠다.
점심을 먹고 조카들이 돌고래쇼를 보고 싶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음.... 원숭이와 바다사자, 돌고래가 차례로 나오는 쇼였다. 매우 영리하고 인간과 교감을 할 수 있는 동물들인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앞의 넓은 바다 대신에 좁은 우리에 갇혀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서글펐다. 하루 3-4회의 공연을 하고 그것을 위해서 훈련도 받아야 하는 그 아이들의 삶과 자연상태에서 끊임없이 생존의 위협을 받아야하는 그들의 동족들의 삶... 둘 다 그다지 행복하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정말 예쁘고 착하고 똑똑한 아이들이었는데... 과연 몇살까지 공연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더 나이가 들거나 병이 들면 어떤 운명이 될지도 걱정이 되었다.
숙소에 있는 개들. 모두 4마리인데 손님들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묶어서 키우고 있었다. 말도 못하게 더운 날이었는데 저 얇은 슬라브 지붕이 만드는 그늘이 유일하게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얘네들도 참 이쁘게 생긴 아이들이었다.
숙소 앞에는 작은 마당이 있고 바다까지 탁 트여있었다. 전망은 정말 좋았다. 날씨가 맑으니까 멀리 마라도와 가파도가 꽤 선명하게 보였다. 마라도의 건물까지 보일 정도.
숙소가 있는 마을에 있던 자그마한 커피집. 저녁을 먹고 팥빙수를 먹으러 갈 예정이었는데, 급한 사정으로 가게문을 일찍 닫는다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ㅠㅠ 어쩐지 꽤 근사한 커피향을 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말이다.
커피집 위의 여섯난장이 인형.
마을 항구와 저녁 바닷가.
저녁에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해녀 (잠녀) 공연이 펼쳐졌다. 구성진 '이어도 사나' 같은 제주민요와 해녀들의 춤이 소박하지만 정답게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무료공연인데, 공연 말미에는 관객들에게 사탕도 던져 주시고...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노래방까지...; 우리는 공연만 보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펜션 주인아저씨가 시아버님과 동갑이라고 하시더니, 마지막날 밤에는 돌문어를 한 접시 가지고 오셔서 다 같이 술을 한잔씩 하셨다. 젊은 사람들이 주로 찾는 펜션일 듯 한데... 아마도 주인아저씨는 이렇게 부모님들과같이 가족단위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오면 반가우신 모양이다.
돌아 오는 날은 아침 일찍 나서서인지 그렇게 덥지는 않았는데, 점점 강해지는 햇살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내내 마치 열대지방에 있는 것처럼 뜨거운 태양과 스콜이 오락가락하는 날씨였다. 여름에 제주를 가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까지 더우리라고는 예상을 못했었다. 서울로 돌아 오니 비가 조금씩 내렸고... 그러다가 퍼붓고..ㅎㅎ 그래도 서울이 제주보다는 시원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