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그래도 스트링 앙상블 공연을 본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있었는데 아웃룩 캘린더를 보니 컨퍼런스콜이.... 5시반부터 1시간을 잡아 놨는데, 공연은 7시반... 요즘 연말이라서 차가 정말 많이 막히는데 제 시간에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행히 콜이 30여분만에 끝나고... 회사를 벗어났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정말 차가 많이 막힌다. 막히지 않는 길을 찾아 돌아돌아 예당에 도착하니 대충 시간이 맞았다.
크누아홀에는 무료공연이 많아서 늘 한번 가봐야지 했었는데 계속 기회가 닿지 않다가 드디어 공연을 보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대학에 있는 홀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들어가 보니 전면을 장식한 파이프 오르간, 아늑한 의자와 2층까지... 역시 예술전문학교라서 다르긴 다른가 보다.
불이 꺼지고 연주자들이 무대로 나왔다. 앳된 얼굴의 연주자들이다. 사이 사이로 낯익은 얼굴들도 보인다. 신아라씨가 악장을 맡고 강주미씨가 세컨을 맡았나 보다. 첫 곡이 시작되었다.
프로그램
W.A.Mozart, Eine Kleine Nachtmusik KV.525
B.Britten, Simple Symphony for String Orchestra
-Intermission-
F.Mendelssohn, Octet in E-flat Major Op.20
생각보다 곱고 정갈한 소리에 깜짝 놀랐다. 모차르트에 딱 어울리는 음색. 너무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은 맑은 합주다. 지휘자 없이 신아라씨의 리드에 각 파트가 박자를 잘 맞춰 들어가는데... 지난 번 앙상블 연습때 버벅 대며 초견으로 악보를 읽었던 슬픈 기억이 나서 조금 우울해졌다.;;;
살짝 박자가 어긋난 부분이 있긴 했지만 확실히 젊은 연주자들의 음악은 그 만의 풋풋하고 즐거운 느낌이 있는 듯하다. 이어지는 심플심포니는 연주자들이 서로 웃어가면서 즐겁게 연주한다. 곡 자체도 아기자기 재미있는 구성이라서인지 연주자들도 즐거운 모양이다.
인터미션에는 콘서트홀까지 뛰어가서 주차권을 구입해 오느라 시간이 다가고... ㅡㅜ (콘서트홀에서는 메시아 공연이 있었는데, 관객들도 같이 부르는 메시아 공연이었나 보다. 악보를 펼쳐 들고 같이 부르는 모습인 것 같아서 무척 재미있어 보였다)
기대했던 멘델스존의 옥텟... 파트별 2-3명씩으로 구성하여 연주가 진행되었다. 전반부보다 신아라씨의 리드가 약해진 느낌이 들었지만 다들 복잡한 구성의 곡을 정말 열심히 연주했다. 연주자들이 삥 둘러서 서 있으니 각 파트별로 어떻게 연주하고 있는지도 잘 보여서 관객에겐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앵콜은 크리스마스 캐롤 2곡. 한예종에서 작곡 공부하는 분이 편곡을 해서 앙상블에 선물한 곡이라고 했다. 고요한밤 거룩한밤에서는 하모닉스로 종소리 효과를 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I wish you a merry christmas도 부드럽고 고요하게 피치카토 연주도 편곡되어서 느낌이 좋았고...
끝나고 같이 보러간 앙상블 멤버와 차를 한 잔 하려고 했는데 나와 보니 바람이 정말 찼다. 젊은 연주자들의 앙상블 연주는 앙상블 공부를 하려는 나이 먹은 초보에게 꽤 공부가 되는 것 같다. 비록 그렇게 잘할 수는 없겠지만...
(아래 사진은 공연 안내에 붙어 있던 것인데.. 악기 배치나 연주자는 조금 다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