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그 외

잡설 - 힐링이 필요해

슈삐. 2013. 10. 23. 14:31

한참 블로그에 글도 쓰고, 동호회 활동도 열심히 했었는데, 어느 순간 멀어지면서 시간이 꽤 흘렀다. 종종 '블로그에 들어와서 글을 써야지'라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일단 손을 놓고 나니 글 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시 블로깅을 하게 될 지 아닐 지는 모르겠지만, 나이 먹어 가면서 점점 정신 없어지고 (또는 자신 없어지고;;) 더욱 팍팍해지는 세상살이에서 음악이건 글이건 운동이건 무엇인가를 통해 시쳇말로 '힐링'을 받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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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그 '어느 순간'이라는 것은 스마트폰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고 SNS가 대유행을 하게 된 시기와 맞물려 있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긴 호흡의 글을 쓰기 힘들고 단문으로 의사 소통하는 것이 더 편했다기 보다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는 쉽게 독자들을 찾을 수 있고 쉽게 읽을 거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문제는,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과는 좀 다른 친구목록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인데... 온라인에서만 아는 사람이거나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들 보다 실제 오프라인에서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대거 페이스북 친구로 등록이 되었다는 것. 그러다 보니, 점점 SNS에 글을 쓰는 것도 조심스러워지고 잘 포장되어 멋진 사진과 함께 올라 오는 글을 읽는 일도 가끔은 피곤한 노릇이 된다. 누구 말마따나 트위터와 페북은 인생의 낭비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페이스북은 특히 사람들이 스스스로를 selling 하는 "광고" 공간인 것 처럼 느껴지는데, 이런 홍보/광고 활동을 내가 이렇게 자주, 많이, 틈만나면, 내 황금같은 시간을 부어 넣으면서 봐주어야 하는 것인지 매우 의심 스럽다. 반대로 내가 페북에 올리는 글도 어느 누군가에겐 그저 자랑글 또는 존재감을 느껴지게 하려는 활동 정도로 비춰질 것 같아 점점 뭔가를 쓰는 것이 어려워 진다.

 

사실 글이라는 것 (또는 말이라는 것)이 내 생각을 남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 아무래도 글쓴이의 상황을 옹호하는 내용일 수 밖에 없고 개인적인 글인 경우에는 약간의 자랑질이 포함되는 경우가 종종 있을 수 있다. 그런 개인적인 글들은 가끔씩만 읽게 된다면 다른 사람의 삶과 일상생활에 관한 호기심도 불러 일으키고 어떤 때는 호감도도 상승하는 긍정적인 결과가 있겠지만, SNS에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일상생활을 담고 있는 단문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건 또 다른 의미의 공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페북 계정을 폐쇄하기에는 긍적적인 효과들 - 지인들이 현재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또 멀리 있는 지인들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등 - 을 무시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 좀 손과 눈이 심심하더라도 가능하면 전화기 여는 횟수를 줄이는 것이 아마도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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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편안하기만 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야 별로 없겠지만, 조금 더 빡빡해진 회사 생활도 힐링이 필요한 하나의 이유이다. 금융위기 이후로 계속된 구조조정, 간소화, 원가절감 등의 이슈들이 대두되면서 이전과 비교하여 회사생활에 여유가 없어진 것은 맞지만, 생각해 보면 나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는데도 전반적인 분위기에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 같다. "긍정의 힘" 같은 것으로 세상이 바뀔 것으로 믿는 사람은 아니지만, 부정적인 사고방식이나 옥죄는 듯한 분위기가 개인들의 삶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틀림 없다 (본질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고 하여도). 정신을 차리고 찬찬히 생각해 보면 사실 그렇게까지 나쁜 상황은 아닌데도 지레 좌절하거나 겁먹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그런 분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의 하나는 눈을 밖으로 돌려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회사 분위기가 아니라 일 자체에 완전히 빠져 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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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새로 시작한 오케스트라에서 창단연주회가 있었다. 지난 여름, 오보에를 배우기 시작한 것도 이제 2년 반이 되었고, 그동안 딸아이와 함께 family 오케스트라에서 같이 공연을 해본 적도 있기는 하나, 본격적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고 싶어서 찾아간 곳이었다. 혼자서만 연습을 하는 것과 다 같이 연주하는 것, 그리고 그것도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은 정말 천지차이가 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연주회를 앞두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럴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었다. 음악을 좋아하고 악기연주가 즐겁고 사람들과 같이 연주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이유로 시작한 것일 뿐인데,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심과 남들보다 더 (아님 남들만큼?) 잘하고 싶다는 경쟁심이 스물스물 기어나오고 있었던 것이 스트레스의 근본원인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그걸 '열정'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열정이 스트레스가 되는 순간부터 그건 더이상 순수한 밝음은 아닌 것.

 

그나저나, 공연 전날 돌아 오면서... 이제는 이렇게 외쳐야 할 시간이 온 것이구나. "야~ 즐거운 음악시간이다"라고. 이 블로그의 부제이기도 한 이 문장은 묘한 힘이 있어서 연주는 (비록 내 파트는 엉망이었지만) 즐거웠고 오케스트라의 다른 단원들도 모두 정다워 보였다. 적어도 한동안은 즐겁게 연습할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어제 다음 연습곡 악보를 보고 또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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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출간된 오보에 관련 책이 워낙 없어서, 시간이 나면 책을 하나 번역해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영 시간이 나질 않는다. (사실 번역은 커녕... 그 책을 다 읽지도 못했으니;;;)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만 멀리하면 난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 수 있을텐데 말이다. 이게 다 잡스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