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공부/연습하기

첫 오보에 레슨

슈삐. 2010. 12. 7. 17:55

몇 달간이나 쉬어 버린 바이올린 레슨을 다시 받기 시작해야 하는데, 덜컥 오보에 레슨을 받기 시작해버렸다. 지금이 아니면 또 계속 미뤄 버릴 것 같아서 그냥 무작정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사실 관악기 레슨은 처음 받아 보는 것인데, 오보에 사놓고 점검 한번 받은 이후로 케이스도 열어 보지 않은지 몇 년이나 지난 것 같다;;; 어쨌거나... 악기는 있는데, 운지도 모르고 불 줄도 모르고 관악기는 배워본 적도 없다고 이야기하고 레슨을 시작했다.

리드만 가지고 소리내기, 혀만 움직여서 텅잉하는 법을 배우고, 간단한 옥타브 음계를 배웠는데... 음정이 정말 이상하다. 리모더처럼 관악기는 불기만 하면 제대로 된 음정이 나오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건 거의 반음에서 한음 정도가 낮다. 혹시 악기가 이상한가 싶어서 "저는 음정이 낮게 나오는 것 같아요" 했더니, 입술이 풀려서(?) 그렇기도 하고 처음엔 음정을 높여서 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실제로 리드만 불었을때 C음정이 나와야 하는데 B 또는 A음이 나는 듯.

처음에 20분정도 하면 입술이 풀린다고 하셔서, 바이올린 하는 것처럼 손가락이 풀리면 좀 나아지는 그런 상태를 이야기 하시는 줄 알았는데, 그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 같았다. 20-30분 정도 지나니까, 소리도 더 엉망이되고;;; 음정은 도무지 알 수도 없는 상태에 입술도 얼얼해진다. 조금 불었다고 이런 상태가 되는데 오보에 연주자들은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연주를 할 수 있는 걸까...;;

그래도 아예 처음부터 소리도 못내보고 가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까 첫 시간에 악보 읽고 음계도 다 불어 본 나는 좀 다행일지도. 그런데, 선생님은 첫 시간에 소리 잘 내다가 그 다음에 와서는 헤매는 사람도 많다는 이야기도 하신다. ㅠㅠ 너무 고민을 많이 하다가 오면 그렇기도 한다고....;

오보에는 악기 소리가 너무 커서, 집에서 연습하는 것이 좀 힘들 것 같다. 일단 리드 불면서 텅잉하는 연습을 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텅잉이 쉽지가 않다. 쭉 이어지면서 음과 음 사이를 살짝 혀로 끊어 주어야 하는데, 내가 불면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이 너무 길어지기 일쑤이고 전혀 이어지지도 않는다. 연습하면 좋아질까...

뭘 하던 바이올린 보다는 쉽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첫 레슨을 받고 나니까 전혀 만만해 보이지가 않는다. 바이올린은 그래도 자리 잡고 그으면 소리가 났는데, 이건 전혀 소리가 나지 않거나 소리가 나도 음정이 엉망이라 처음부터 좌절이다. 입술도 힘들고 해서 연습도 많이는 못할 것 같고.... 누가 나에게 그래도 하면 좋아질 거라고 그래서 나중엔 그럴 듯한 연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좀 줬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