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에 적어 보는 2008년 이야기
4분기가 시작되었다. 2008년이 아직 3달이나 남아 있는데도, 이런 한 해는 다시 오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러가지 변화들이 몰아쳐 왔다. 그리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1. 지난 10년 간 내가 세상 걱정 별로 안하고 살아 왔었다는 사실을 사무치게 깨닫게 해주고 있는 새 정부. 정말 잘 해도 미국발 경제위기의 여파 때문에 잘했다는 이야기 듣기 어려울 텐데... 가야할 길을 기막히게 잘 피해서 엄한 길로 간다. 80년대에는, 역사의 수레바퀴가 굴러 가지 않고 멈추어 있는 것이 답답했었다면... 이제는, 그 바퀴가 거꾸로 굴러 가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이는 데에도 너무나 당당한 사람들이 있어 답답하다. 그들의 움직임에서 발언에서 개발독재의 망령이 자꾸 보이는 것 같아 가끔씩 소름이 끼친다.
2. 90년 그리고 그 이후 공산권 국가들이 사라지고, 중국도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세계경제는 정말 미국을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 실물경제의 흐름에 직접 뛰어 드는 것 보다는, 투자은행이나 컨설팅으로 가는 것이 경영학도들의 꿈이 되었고... 자본시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가까운 곳이 되었고 더이상 가난한 아빠는 아이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없고 모두 부자아빠가 되는 길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근로소득이 아니라 자산소득이 있는 사람들만이 중산층 또는 그 이상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가 있게 되었는데... 이런 현상은 아마도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던 것 같다.
경기는 순환한다. 하지만 잔 물결과 큰 물결은 차이가 나는 것이고... 아예 바닷 속 지진이라도 일어나 해류의 흐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확실히 잔물결은 아닌 것 같은데... 어느 정도의 큰 물결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3. 이런 변화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그리고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관찰하고 숙고하고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냄비처럼 부르르 끓어 올랐다가 식었다가...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람들만 잔뜩 있을 뿐이다. 아니면... 그저 일상사에 허덕이며 전전긍긍하느라 변화에 대한 고민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거나...
4. 그래서 그런 것일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지도자 또는 리더를 자부하며 나서고들 있다. 전에는 그래도 조금은 도덕적이고, 가끔은 부끄러워 할 줄도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지금은 도무지 그 머리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매우 궁금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요즘은 TV에서 더이상 개그프로그램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더라... 세상 이야기가 뉴스와 기사가 훨씬 더 기막힌 코메디인 걸...
5. 그리고.. 세상은 점점 더 끔찍해 진다. 원래 세상은 끔찍한 일 투성이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원래 본성적으로 매우 심하게 잔인해 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점점 더 충격적인 일들이 많이 보인다.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서 안 봐도 될 뉴스까지 전해지기 때문인 것인지...
6. 지금까지 내가 다녔던 회사들은 그다지 상황이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다지 훌륭한 경영전략이 없었어도.... 워낙 시장 상황이 좋아 수요를 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거나... 네임 밸류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일이 생겼었거나... 제품이 좋아 특별한 마케팅 전략없이도 성장에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경우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는, 그저 tax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 알고 싶지 않은 걸지도...;; - 하지만 확실히 변화가 필요하고.. 변화는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다만, 미국도 한국도 시장이 좋지 않아서 바람직한 결과가 나올 지는 미지수일 것 같다.
7. 추석 연휴 마지막날, 리만브러더스의 파산신청 기사가 나온 이후.... 시계가 한 10배쯤 빨리 돌아가기 시작한 것 같다. 작년 말에 고점을 찍었던 이 회사의 주가는 정말 문자 그대로 반토막이 났다. 뭐.... 아예 문을 닫는 회사들이 수두룩한 판에 반토막이 난 정도야...; 어제는 유상증자 플랜이 나왔는데, 예상대로 확실히 시장에는 bad signal이 되었다. 오늘도 현재 9% 정도 하락 중...; 다음주에 3분기 실적발표가 나오면 어찌 될지...
8. 오늘 (12시가 넘었으니 어제) 아침, 워렌 버핏의 우선주 매입과 유상증자 뉴스는 약 10정도의 충격이었다면, 출근해서 본 최진실의 자살 뉴스는 한 70-80정도의 놀라움을 안겨 주었고, 퇴근시간 즈음에 들은 회사 내부 announcement는 200정도.... 어제는 확실히 특별히 뉴스가 많은 날이긴 했지만... 올해는 내내 며칠 간격으로 놀라운 소식들을 계속 듣고 있다. 아무래도 魔가 낀 듯... 우리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살풀이를 하고 뉴욕에서는 월스트리트에서라도 살풀이를 한 판해야 하지 않을까...ㅡㅡ;;;